주입식 교육은 위험한 지도자를 키울 수도


인터뷰, 독일 김나지움교장이 말하는 교육(2)


오늘은 어제에 이어 우리 큰아이의 인터뷰를 정리한 ‘독일 김나지움 교장이 말하는 교육’에 대하여 계속 이야기 하겠습니다. 인터뷰를 간단하게 요약할 수도 있었지만 오늘 내용이 우리에게 정말 중요한 것 같아 강조하기 위해 별도로 정리했습니다.


바츠 교장선생님은 한국의 주입식 교육과 치열한 경쟁에 대해서 비교적 잘 알고 있었습니다. 피사에서 좋은 성적을 보인 한국 교육에 대해 독일 언론이 언급하는 경우를 저도 가끔 보기도 했습니다. 독일과 비교해서 월등한 성적을 거둔 한국이란 나라의 교육에 대해 관심 있는 교육자들도 더러 있는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독일은 먼나라 한국보다는 아무래도 가까운 핀란드의 교육을 더 많이 거론하는 편이지요. 오늘은 내용을 좀 더 정확히 전달하기 위해 문답식으로 정리해 보았습니다.


선생님은 한국 교육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계십니까? 알고 있다면 어떻게 생각하는지 간단하게 한 말씀 해 주시지요.


한국교육의 장점은 많은 아이들이 열심히 공부할 뿐만 아니라 대외적인 평가에서의 수준도 높다는 것입니다. 나는 교육자이기 때문에 대외적인 평가에도 관심이 많은 편이지요. 독일 학생들에게서는 도저히 상상도 할 수 없는 시간을 학업에 투자하는 열정은  우리가 배워야 할 점입니다. 지금 독일 교육의 가장 큰 문제는 학부모도 학생도 성적을 위해 별다른 노력과 지원을 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아이들 공부에 신경 좀 쓴다는 부모들은 ‘공부하라’고 잔소리나 더 할 뿐이지 한국부모들처럼 함께 고민하며 적극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하는 사람이 별로 없지요. 한국이나 핀란드 교육의 경쟁력에 대해 독일도 한 번쯤 진지하게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선생님이 알고 있는 범위 안에서 지금 현재의 한국교육의 문제는 어디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내가 들은 바로 한국은 사교육 문제가 심각한 수준이라고 하던데 독일은 역사이래로 그런 문제가 없었고, 내가 직접 피부로 느껴본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그 부분에 대해서는 생각을 함부로 표현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내가 말할 수 있는 것은 한국교육은 너무 치열한 경쟁으로 인하여 지식과 사고의 깊이를 함께 키울 수 없는 주입식 교육으로 흐르고 있다는 것입니다. 과목별 수업 진도는 개인의 정신적 발달단계와 연결되어 있어야 합니다. 영어나 국어 등 어문계열이나 사회 과목은 특히 그렇지요. 지식이 고양되면 그만큼 사고도 깊어져야 하며 정신적으로도 성숙해져야 합니다. 그 때문에 독일 시험은 단순히 많이 알고 있다고 해서 좋은 성적을 올릴 수 없도록 내는 것입니다. 암기한 지식을 자기 사고 속에 녹여 올바른 가치관으로 나타낼 수 있어야 좋은 성적을 얻을 수 있지요.


주입식 교육의 문제점에 대해 좀 더 구체적으로 말씀해주시기 바랍니다.


단순한 지식보다 학문에서 중요한 것은 창조적인 사고입니다. 오지선다형이나 단답형의 질문은 기초과정에서는 좋은 문제입니다. 또 학교는 당연히 아이들에게 기초지식을 가르쳐야 합니다. 그러나 그것은 도입 단계에서 알고 가야할 단순 암기형 지식입니다. 진짜 중요한 학습은 이를 토대로 한 창의적인 사고를 표현해 내는 과정입니다. 주입식 학습법은 정신적인 발달을 무시하고 단순 암기와 지식만을 추구하기 때문에, 이런 교육환경 속에서는 사고의 깊이가 없는 사람들도 공부를 잘할 수 있고 그러다보니 그런 사람이 쉽게 성공할 수도 있습니다. 때문에 이기적인 사람이나 명예욕만 강한사람이 지도자가 될 가능성이 또한 높은 것이지요.


그러한 위험성을 보여주는 한 가지 예를 들어주실 수 있는지요.


이것은 아주 극단적인 예입니다. 있을 수도 없고 있어서도 안 되는 일이지만 예를 들어, 대서양에서 해적들이 다섯 명의 양민을 인질로 잡고 100억 유로를 대통령에게 요구했다고 가정합시다. 이 때 머릿속에 지식만 가득 들어있는 대통령이라면 ‘지금은 경제적으로 힘든 상황이라 돈을 줄 수 없으니 인질을 포기 한다’는 결론을 의심 없이 합리적인 해결책으로 생각할 것입니다. 극단적인 이야기지만 우리 역사 속에는 이와 비슷한 예가 의외로 많습니다. 이런 사람이 성공해서 지도자가 된다면 우리 모두에게 불행한 일이지요. 히틀러가 바로 그 대표적인 인물입니다. 참된 인성을 갖춘 사람이 성공했을 때만이 진정한 성공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최근에 진행되고 있는 명문대학 만들기라든지, 기존의 학교자치에서 주 중심으로 이관된 아비투어(수능시험) 등, 독일의 교육개혁 방향을 보면 한국이나 미국식으로 가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독일 교육개혁이 제대로 진행되고 있다고 생각하시는지.


독일은 어떤 교육개혁이 이루어져도 절대 한국이나 미국처럼 될 수는 없습니다. 문화적으로나 역사적인 배경이 다르기 때문이지요. 우리는 이미 그런 교육을 해보았고 결과를 또한 뼈저리게 경험했습니다. 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시절 독일의 기술과 학문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을 정도로 최고의 위치에 있었습니다. 그러나 인간이 없는 기술과 학문이었지요. 인간적 사고의 수준이 여기에 미치지 못했다는 이야기입니다. 때문에 아우슈비츠에서와 같은 대 학살이 이루어질 수 있었던 것입니다. 그런 혹독한 경험을 바탕으로 독일인들은 사고의 깊이와 인성이 고양되지 않은 지식인을 키우는 교육을 가장 경계하게 된 것입니다. 대외적으로 아무리 교육수준이 낮게 평가되어 문제가 된다고 하더라고 이 부분을 절대로 포기할 수 없다는 데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겁니다.


마지막으로 교육의 진정한 목표는 어디에 있다고 보십니까?


교육은 자신의 인생을 주체적으로 펼칠 수 있고, 문제가 발생하면 해결점을 스스로 찾을 수 있는 사람을 키워내는 일입니다. 그러나 그 문제를 지식에만 의존하지 않고 학문적 인간적으로 조화를 이루어 풀어나갈 수 있는 사람이지요. 교육이란 이 둘 중의 하나도 버려서는 안 됩니다. 인간이 자립적이면서 창의적으로, 또한 행복하고 만족한 삶을 살게 하는 것이 교육의 가장 중요한 목표라고 생각합니다.

출처 : 독일교육이야기